필리핀서 수만명 반부패 시위…주최측 추산 5만명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아시아 각국에서 특권과 부패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21일 대규모 반부패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 주최측 추산,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는 약 3만명, 지방에서는 2만명 등 총 5만명이 반부패 집회에 참여했다. 마닐라 경찰 추산 인원만 8000명에 달했다.
당국은 수천 명의 경찰을 배치해 마닐라의 역사적 공원과 수도권 주요 도로인 EDSA를 따라 곳곳에서 열린 시위를 통제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시위를 지지한다”면서도 “폭력으로 변질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경찰은 "이날 시위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반부패 시위는 최근 정부의 홍수 방지 사업에서 대규모 비리가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3년간 약 5500억 페소(약 13조4800억원)를 투입했으나, 지난 7월 점검에서 일부 사업이 계획보다 부실하거나 시행조차 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상원 조사 과정에서는 관련 업체가 고위 정치인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며 민심이 폭발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11일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부패 의혹을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친척과 측근이라도 수사에서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에는 ‘필리핀 민주화 성지’로 불리는 필리핀 국립대에서 학생 3000여 명이 동맹휴업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아시아 각국에서 특권과 부패를 둘러싼 항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에서는 국회의원 특혜에 반발한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며 방화와 약탈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배달 기사 등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실종됐다.
네팔에서는 이달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총리가 교체됐으며, 경찰관 3명을 포함해 72명이 숨지고 2000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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