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마리 고래 돌아왔지만…이란 전쟁에 이젠 '선박 충돌' 위기

수백 마리 고래 돌아왔지만…이란 전쟁에 이젠 '선박 충돌' 위기


[서울=뉴시스]김성은 인턴 기자 = 남아프리카 해역에서 멸종위기 고래의 개체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안보 위기로 선박 운항이 급증하면서 고래가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역에서는 최근 수백 마리의 혹등고래가 한꺼번에 모이는 이른바 '슈퍼그룹'이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남아공 서해안에서는 혹등고래 299마리가 무리를 이룬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혹등고래 개체 수가 과거 포경으로 급감했다가 국제적인 포경 금지 조치 이후 크게 회복하면서 이 같은 대규모 집단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반구 혹등고래 개체 수는 포경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 1만 마리 미만까지 줄었지만, 현재는 10만 마리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래의 회복세에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다. 중동 지역의 전쟁과 이에 따른 해상 운송 경로 변화로 남아프리카 해역을 지나는 선박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프리토리아대학교 고래연구소 수석 과학자인 엘스 베르뮐런은 최근 공동으로 진행한 예비 평가 결과를 언급하며 "2023년 12월 이후 아프리카 남단을 오가는 선박 운항이 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하면서 일부 선박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한 데 이어, 최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안보 위기가 겹치면서 선박 운항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선박과 고래의 충돌은 실제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고래 사체 대부분은 충돌 이후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일부 사체가 해안으로 떠밀려오면서 선박 충돌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케이프타운시 해안·환경 담당자인 그레그 올로프스는 "고래 몸통을 가로지르는 프로펠러 충돌 흔적을 자주 볼 수 있다"며 "고래 몸에 커다란 상처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베르뮐런은 "선박이 이동 중 고래를 발견하고 피할 수 있도록 남아프리카 해안 인근에 선박 속도 제한을 공식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포경 금지 이후 개체 수가 회복된 혹등고래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선박 충돌과 기후변화, 어업 장비에 의한 얽힘 등 새로운 위협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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