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한 트럼프, '돈로 독트린' 천명…"서반구 美지배권 확고"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전격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사실상 정권 교체에 착수하면서 이른바 '돈로(도널드+먼로) 독트린'을 공식 천명했다.
돈로 독트린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1823년 제임스 먼로 당시 대통령의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상호 불간섭 선언인 '먼로 독트린'을 계승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공습 기자회견에서 "먼로 독트린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크게 넘어섰다"며 "이제 사람들은 돈로 독트린이라고 말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는 적대적 외국 세력을 받아들이고 미국의 이익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를 확보했으며, 어제 그 무기를 사용했다"며 "이 모든 행위는 200년 넘게 이어져온 미국 외교의 핵심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며, 이제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권(dominance)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5일 서반구에 대한 외국 간섭을 배제하고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5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1904년 먼로 독트린에 추가된 '루스벨트 보충조항(아메리카 대륙 내 특정 상황에 대한 미국의 관여 권한)'을 재개정한 '트럼프 보충조항(Trump Corollary)'으로, "비서반구 국가가 서반구에 전력 등을 배치하거나 전략적 자산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차단한다" 등 조항이 NSS에 들어갔다.
NSS 발표 약 1개월 만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직접 통치를 발표하고 '서반구 패권'을 언급하면서 돈로 독트린 전면화를 정식으로 선언한 것이다.
US투데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먼로 독트린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지 10여년이 지난 오늘,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이것을 받아들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우리시오 산토로 리우데자네이루주립대 교수도 가디언에 "미국이 남미 국가를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것은 미국의 외교·국방 정책의 중대한 변화 신호"라고 했다.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었던 19세기 초의 먼로 독트린은 스페인·프랑스 등 유럽 열강의 남미 침투와 러시아 제국의 알래스카 확장을 견제하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미국이 직접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뒷마당(Backyard)'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돈로 독트린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 NSS의 목표는 미국 국가안보의 핵심인 상업, 영토, 자원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서반구는 미국의 '홈 지역(home region)'"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세력과 이란 핵 시설 등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적대 세력도 수차례 공격했다.
그러나 수도를 직접 공습하고 최정예 특수부대 '제1특전단 작전분견대 델타(델타포스)'를 투입해 현직 정상을 체포·압송한 베네수엘라 공격은 궤를 달리한다.
BBC는 "이전의 군사행위는 미군의 피해 노출을 줄이는 미사일·항공기 중심 작전이었으나, 베네수엘라 공습과 이후 계획 선언은 분명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다.
가디언은 나아가 "그는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서반구에서 추가 군사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편 미국의 노골적 역내 패권주의가 자칫 중국과 러시아의 일방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 행정부 베네수엘라 공격을 근거로 내세우며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네브래스카)은 "가장 큰 걱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중국이 대만 침공을 포장하는 데 이것이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고립주의 회귀를 주창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에 대한 고강도 개입을 감행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진영 일부 이탈도 감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것은 10여년 전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노선에 열광했던 마가 연합이 상상했던 모습과의 극적 결별"이라며 "트럼프는 '끝없는 전쟁'을 끝내고 미국의 대외 개입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에 힘입어 집권했으나, 지난 며칠은 과거 개입주의의 쓰라린 회귀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선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마가 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바로 이런 상황을 끝내기 위해 투표했던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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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as Kauer - News Mode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