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완성 이끄는 축제"…수원재즈페스티벌 10주년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올해 10주년을 맞은 수원재즈페스티벌이 이틀간 4만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며 K문화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첫날 비가 내렸음에도 1만여 명이 참석했고 둘째 날에는 청명한 가을밤 속에서 3만여 명이 몰려 광교호수공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 세계를 강타한 K-POP 열풍 속에서 한국의 재즈 음악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수원재즈페스티벌은 한국 재즈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외 정상급 재즈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며 한국과 해외 재즈의 다양한 매력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민과 함께 성장한 10년, 'K-문화'의 새 장 열어
2014년 수원시는 락페스티벌이 유행하던 당시 국내 상황에서도 '재즈'라는 상대적으로 낯선 장르를 과감히 선택해 수원재즈페스티벌을 시작했다. 기존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한 차별화된 문화행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출발한 이 축제는 10년 만에 지방자치단체가 여는 대표적인 무료 재즈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축제의 성장 과정은 다양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에는 국내 재즈 1세대 아티스트들이 중심이었다면, 점차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미국 출신 헤일리 로렌, 2018년에는 독일 그룹 재즈콰이어 프라이부르크와 전설의 재즈 테너 색소포니스트 릭 마기차 쿼텟이 무대에 서며 국제적 성격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올해는 미국의 브루스 캇츠 밴드, 크로스 밴드까지 참여하며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쌓아온 신뢰가 있다. 수원재즈페스티벌은 처음부터 '시민이 주인공인 축제'를 표방하며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왔다. 돗자리를 펼치고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무료 관람을 통한 문화 접근성 확대,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 등이 그 결과다.
수원재즈페스티벌의 가장 큰 성과는 K-문화 행정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이다. K-POP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K-Jazz를 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가 이를 주도적으로 알리며 한류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내 정상급 재즈 아티스트들이 매년 참여하며 한국 재즈의 우수성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과 도시, 음악이 만난다…광교가 품은 문화적 실험
더욱이 수원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광교신도시는 수원시 발전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왕조 때 정조가 축성한 화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원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삼성을 필두로 한 영통·인계동 시대를 거쳐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마중물로 조성된 곳이 바로 광교신도시다.
국토개발의 대표 모범 사례로 꼽히는 광교신도시는 광교호수공원을 중심으로 뛰어난 자연경관과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첨단기업들이 연이어 입주하면서 수원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직경 114m의 원형 잔디광장(재미난밭) 역시 축구장 1.4배 크기로 수만 명이 함께 음악을 즐기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무대 뒤편으로는 광교산의 울창한 숲이, 좌우로는 호수가 펼쳐진 환상적인 자연 배경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야외 공연장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공간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행사를 넘어 수원시가 추구하는 문화도시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수원재즈페스티벌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문화정책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10년간 꾸준히 투자하며 시민들과 함께 키워온 결과가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축제장에서는 시민들이 각자 준비한 돗자리와 캠핑의자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자유로운 관람 환경 덕분이다. 올해 축제에서도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함께 재즈 선율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가족 친화적 환경은 수원재즈페스티벌이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시민들의 문화 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시민 중심 축제가 10년간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정책적 안정성 덕분이다.
이재준 시장이 2014년 당시 제2부시장으로 축제 기획에 참여했다가 현재 시장이 돼서 다시 축제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단체장이 바뀌어도 변함 없는 문화정책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축제 운영에서도 시민 중심 철학이 구현되고 있다. 매년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축제 준비와 진행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축제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축제가 끝난 후에는 시민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정리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는 모습은 수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 관계자는 "수원재즈페스티벌 10년 역사는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이 축제가 수원시를 넘어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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