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0대 청년, 최고지도자 사진 태운 뒤 의문사…분노와 저항의 불씨되나

이란 20대 청년, 최고지도자 사진 태운 뒤 의문사…분노와 저항의 불씨되나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란 최고 지도자 사진을 불태운 20대 활동가가 자신의 차에서 의문의 사망을 하면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8일 보도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오미드 사를락(22)이 1일 이란 서부의 차 안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손에 화약 흔적이 있는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를락이 자살했다고 밝혔으나 동료 활동가들은 그가 자신의 견해 때문에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정부 언론과 활동가들은 그가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한 직후에 사망했다는 점에서 그가 살해당했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말한다.

사를락의 시신이 발견되기 몇 시간 전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된 영상에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태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그를 따라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며 연대를 표시하고 그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널리 유포된 영상에서 사를락의 아버지가 아들의 사망 현장에서 “그들이 나의 챔피언을 여기서 죽였다”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살해 의혹은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영상에서는 “그가 포위당해 총에 맞았다”는 목소리도 들렸다는 것이다.

국영 언론이 방영한 TV 인터뷰에서 사를락의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내용에 신경 쓰지 말고 사법 당국에 맡겨달라”고 요청했다. 활동가들은 이 인터뷰 영상은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족이 감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3일 사를락의 장례식에 참석한 수백 명의 애도자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를락이 사망 몇 시간 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영상에는 이란의 전 국왕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연설을 배경으로 녹음된 소리가 들린다.

팔레비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물러나 미국으로 망명해고 이슬람 정부가 집권했다.

가디언은 일부 반정부 활동가들은 군주제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사를락은 마지막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하나에 “우리는 언제까지 굴욕과 가난, 그리고 억압을 견뎌내야 하나? 젊은이들이여, 지금이 바로 자신을 드러낼 때이다. 성직자들은 이란 젊은이들이 건너야 할 시냇물에 불과하다”고 올렸다.

사를락은 항공학을 전공한 학생이자 아마추어 복서였으며 이란 레슬링 선수 에브라힘 에샤기의 팬이었다.

에샤기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를락이 사망 직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라는 나에게 생명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가 그의 목소리가 되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에샤기는 사를락이 죽은 후 그의 가까운 친구 몇몇이 그가 정보 기관에 의해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에샤기는 “그는 삶을 사랑했고 2주 후에 있을 권투 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팔레비 가문을 사랑하고 지지했습니다. 정권은 또한 젊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투옥하거나 살해하는데, 이는 수년간 이어져 온 일입니다."

사를락의 죽음은 2022년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 사망한 쿠르드 여성 마흐사 지나 아미니의 죽음 이후에 나타난 것과 같은 고통과 분노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미니의 죽음에 1년여 동안 벌어진 전국적 시위로 이란에서는 2만 명 이상이 체포됐고 최소 7명 이상이 사형당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미성년자 71명을 포함해 537명이 죽었다.

미국 이란 인권 센터의 바하르 간데하리는 이란 내부에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사진을 태우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모욕하거나 태우는 것은 심각한 범죄로 간주되어 체포, 투옥, 가혹한 형벌, 고문, 심지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가디언에 공유된 한 영상에서 두 남성은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며 “우리는 정의, 자유, 희망을 위해 이 사진을 불태운다. 나는 오미드 사를락이다.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이란 학생 운동 웹사이트인 아미르카비르 뉴스레터의 편집자는 지금까지 대학에서 사를락의 죽음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없었다고 말하며 캠퍼스 분위기가 여전히 매우 안보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 내에서 활동하는 동안 자신과 직원들을 보호할 공적인 신분이 없는 해당 편집자는 올해나 내년 초에 ‘심각한 시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된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그들은 괴로움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축출된 팔레비 왕의 장남으로 미국에 망명중인 레자 파흘라비는 사를락을 영웅이자 용감한 영혼으로 칭하며 이슬람 공화국의 억압에 맞서 이란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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